직장 내 괴롭힘당하는 2·30대 발달장애인... 장애인 사업장 인권침해 심각 (2024)

  • 재택근무 기간 발달장애인에 매일 시험 … 문자, 전화로 지속해서 괴롭혀
  • 회사 관계자 “연차휴가는 다른 직원 스케줄과 컨디션 고려하여 사용”
  •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또 하나의 인권 사각지대 우려… 장애인 가족, “인권침해 방지 대책 만들어 달라”

“야, 하루 목표가 나를 열받게 하는 거니, 어제 이것 때문에 혼나지 않았어? 뭐 하는 짓이야. (아이스 초코의) ‘달게’와 ‘덜 달게’를 구분 못 해? 말로는 (커피 제조) 순서를 잘 알면서 왜 쓰지를 못하니?, 문제 풀기 싫고 컨디션 안 좋으면 연차 쓰고 쉬어. 제대로 정신 차리고 보세요. 너, 내일 두고 볼 거야.” – 매니저 –

“너 어디서 뭐 하니?. 맨날 왜 제대로 안 한다는 소리가 들려. 내가 문제풀이가 힘들면 주 1회씩 (연차휴가 내고) 쉬라고 했어, 안 했어? 왜 다른 사람 힘들게 하니? 넌 왜 이기적이니, 어? 맨날 정신 놓고 있니, 한 번 더 이런 소리 들리면 가만 안 둬. 똑바로 좀 해라.” – 관리 팀장 –

기업이 설립한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장애인 고용 창출이라는 긍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인권 사각지대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웹젠드림(사내 카페)’ 직원으로 일하는 A(21세)씨 등 발달장애인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A씨의 부모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중이던 A씨는 시험문제를 틀릴 때마다 해당 회사 관리팀장과 매니저에게, 문자와 전화 등에 시달린 탓에 최근에는 약물 및 심리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부모 B씨를 지난달 회사 인근에서 만났다.
B씨는 “웹젠드림 팀장은 2·30대 성인 발달장애인들에게 반말은 기본이고, 한 개인의 인격을 무시하는 막말을 일삼고 있다.”며 발달장애인 10여 명의 직원과 SNS 대화방(단톡방)에서 나눈 대화와 함께 매장 근무 시 녹음파일이 담긴 휴대폰을 내밀었다.

해당 회사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2월부터 7월에 이어 최근에도 재택근무 기간에는 주 5일 시험을 봐야 했다. 주로 커피 제조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문자로 나눈 대화는 어느 날 시험을 보지 못한 직원들에게 팀장이 그 이유를 집요하게 다그치는 내용이었다. 8월 초 출근했을 때도 조회 시간에 2·30대 직원들에게 반말은 기본이고, 특정인을 모욕하는 발언이 녹음되어 있었다.

문제는 B씨가 지난 5월, 매니저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괴롭힘은 그치지 않았다. 최근 2차 재택 기간에도 A씨가 여러 문제를 틀리면 그때마다 매니저도 전화를 걸어 “정신 차려라, 똑바로 해라. 차라리 휴가를 써라”며 윽박질렀고, A씨는 “네, 알겠습니다”만 반복해서 말했다. 1차 재택 기간과 달라진 것이라면 ‘집중 안 할 거면 연차 휴가를 쓰라’는 말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 고용의무사업주(모회사)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하고, 자회사에서 장애인을 고용한 경우,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고용률에 산입하여 고용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이다.

경쟁 노동시장에서 직업 활동이 곤란한 중증장애인의 안정된 일자리 창출과 사회통합 기반을 조성하고 장애인 중심의 직업환경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물리적, 정서적 장애인 고용환경을 지원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보호작업장이나 장애인직업재활시설과 달리 표준사업장은 발달장애인 직원과 부모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관련 전공자 채용 의무화도 없어 모회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A씨가 일하는 웹젠드림도 모회사 웹젠이 작년 3월 사내에 카페를 설립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직장 내 괴롭힘당하는 2·30대 발달장애인... 장애인 사업장 인권침해 심각 (2)

B씨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아들과 함께 일하던 직장 동료가 지난해 그만두면서부터다. 하지만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애써 모른 척했다고 한다.

B씨에 따르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당시 아들과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아들이 휴대폰 문자를 보더니 너무 소스라치게 놀라 그동안의 문자를 모두 보게 된 것이다.

확인된 내용 대부분은 시험을 깜박 잊고 못 보거나 지각을 하면 팀장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정신 차릴 것”을 강조했고, 그럴 때마다 대부분 직원은 잔뜩 긴장한 듯 “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또 다른 직원 C씨에게도 “티브이가 그렇게 중요해? 너 업무시간 아니었어? 하루 중에 업무라고는 하는 게 시험 보는 거 하나밖에 없는데, 그거 하나도 집중 안 해?”라고 다그쳤다. 그러자 C씨는 “티브이를 끄면서 시험을 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팀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왜 집중 안 하냐고, 그거 묻는 거야, 정신 안 차릴래? 지금 얼굴 안 보고 일 안 하니까 다 하기 싫지? 왜 하나 싶지?”라며 30분 이상을 같은 직원에게 답변을 요구했고, 또 답변을 할 때마다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직장 내 괴롭힘당하는 2·30대 발달장애인... 장애인 사업장 인권침해 심각 (3)

심지어 조회 시간에는 31살 D씨에게도 스스럼없이 “네 나이가 몇 살이냐, 여기가 어린이집이냐, 월급은 따박따박 받아 가면서 성인이면 똑바로 정신 차려”라고 다그쳤다. A씨에게는 “잘하기 싫으면 나가든가. 진짜 골 때린다. 기분 좋게 시작해야 하는데 왜 남들 기분 잡치게 피해를 주냐”며 “책임감이 없어, 애가”라며 막말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복수의 인권기관 관계자는 통화에서 “재택근무 기간 매일 시험을 보는 것이 과연 합당한 처사인가는 따져봐야겠지만 발달장애인의 경우 반복적인 체험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단톡방과 직장에서 지속해서 반말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태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괴롭힘 등의 금지)에 따른 인권침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본 조항 제3항은 장애를 이유로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B씨는 연차휴가 사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잔여 연차 사용에 관해 권고를 받고 특정 일마다 사용 가능한지를 물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직원들의 스케줄과 컨디션도 고려하여 진행해야 한다’며 안내문을 전체 부모들에게 보냈다.

그러면서 “회사가 직원들과 의견을 받아 결정하면 될 것을 다른 직원들과 의논해야 한다니, 그리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부모 모임이나 연락처도 없다. 다른 직원의 컨디션까지 어떻게 미리 생각해서 연차를 쓰라는 것인지, 설사 그렇더라도 어떻게 연락을 하라는 것인지,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모회사 인사팀장도 ‘교대 업무 특성상 특정일에 반복해서 연차를 쓰면 해당 일정에 근무하는 장애인들이 힘들 수 있고,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휴직은 내부 규정에도 없다’는 말만 했다.”며 “이해는 하지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고서도 대안이 없으니, 알아서 그만두라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B씨는 “부모이자 근로계약서상의 후견인으로서, 대표에게 이런 문제를 건의하고 싶었지만 팀장은 이를 묵살하면서, ‘여기는 학교가 아니고 직장이며, A씨가 성인이니 개입하지 말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정작 팀장과 매니저가 발달장애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로 취급하며 괴롭혀 놓고서는, 부모가 어떤 문제로 연락을 하면 그때야 입으로만 ‘성인’ 운운하고 있다”며 “관리 팀장과 매니저들을 절대 용서할 수도 없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해 (웹젠드림이) 오픈 당시 대표가 직접 행사에 나서 ‘장애인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공헌과 임직원들과의 상생 협력 계기로 삼겠다는’ 식의 말을 해놓고는 실제 사업장에서는 장애인 인권침해를 장기간 일삼고 있고, 더구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통채널을 막은 채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회사를 위해서라도 또 장애인의 정신적, 심리적 차원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모회사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직업재활 전문가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고용 장려금을, 모회사는 의무고용부담금까지 이중의 혜택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운영위 구성이나 외부 감사도 받지 않다 보니 직장 내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잘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인권 개선과 정규직으로서의 처우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정부, 특히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기업 모두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경기도 소재 장애인 인권기관이 조사를 마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더인디고 THEINDIGO]

직장 내 괴롭힘당하는 2·30대 발달장애인... 장애인 사업장 인권침해 심각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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